교육희망

대전 교감연수는 군부대 “부하” 연수?

교재 살펴보니, 군인 6명이 ‘교관’ 맡고 ‘부하’ 단어 6번 등장

육군교육사령부가 만든 교재 첫 페이지.


대전교육청(교육감 김신호)이 최근 육군교육사령부에 맡겨 진행하는 초중고 교감 전체를 대상으로 한 ‘리더십 향상’ 강제 연수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더구나 6명의 현직 군인이 ‘교관’으로 나선 이 연수에서 나눠준 자료집에 ‘부하’라는 표현이 6번 등장하는 것으로 나타나 ‘민주적 리더십’을 강조해온 교직사회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처음 실시한 교감 전체 연수, 하필이면 왜 군대?

19일 전교조 대전지부(지부장 권성환)와 대전교육연수원에 따르면 대전교육청은 이 교감 연수를 지난 10월 10일부터 12일까지 1차로 진행한 데 이어, 오는 10월 24일부터 10월26일까지 3일 동안 15시간에 걸쳐 2차 연수를 벌일 예정이다.

이 연수의 공식 이름은 ‘교원능력개발을 위한 2011 초중등 교감리더십 향상 직무연수’인데 300여 명의 교감 전체를 대상으로 의무 참석토록 했다. 올해 들어 대전교육청이 전체 교감 대상 강제 연수를 실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제는 연수를 주관한 곳이 육군 사병과 장교 대상 교육을 해온 육군교육사령부 리더십센터라는 것. 이 기관의 교육목표는 ‘강한 전사, 강한 군대’이며 설립목적은 ‘미래전에 승리할 수 있는 육군의 유형 및 무형전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지식·정보화 시대를 주도할 위국헌신의 강한 리더 육성’이다.

이번 교감 연수 교재로 사용한 A4 32쪽 분량의 ‘리더십 증진 프로그램’을 보면 전체 6명의 현직 중령과 소령이 ‘교관’강의를 도맡고 있었다. 마지막 날인 3일차 강의에서는 ‘부하 능력개발’, ‘사명서 작성’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 교재에는 모두 6번에 걸쳐 ‘부하’라는 표현이 나왔다. 내용 가운데 “상담은 마이너스 상태의 부하를 정상 상태로 만드는 것”이라거나 “코칭은 정상인 부하를 더욱 탁월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한 것은 군대식 표현이란 지적이다.

“‘부하’ 표현 부적절” 지적에 “2기 연수부터는 수정”

박영미 전교조 대전지부 수석부지부장은 “군인들에게 강연하던 원고를 갖다 쓰다 보니 학교에서 쓰지 않는 ‘부하’라는 표현이 많이 들어갔을 것”이라면서 “수평적 민주적 리더십을 강조하는 학교에서는 부적절한 강의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대전교육연수원 중견 관리는 “‘부하’라는 말은 일반 연수에서도 나올 수 있는 단어지만 문제가 된다면 2차 연수부터는 수정하겠다”면서 “기업과 사회단체, 군대 연수 등 다양한 연수를 한다는 차원에서 대전교육청에서 추천한 몇 군데 기관 중에 신선한 느낌이 있는 곳을 선택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덧붙이는 말

<오마이뉴스>(www.ohmynews.com)에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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