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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 동안 필자가 살펴본 결과, 핀란드 교육 성공은 다름 아닌 평등주의적이고 보편주의적인 교육 철학과 그것을 뒷받침 하는 복지국가 시스템, 30년 넘게 일관되었던 교육정책이 만들어 낸 합작품이며, 무엇보다도 ‘교육의 논리’로 중핵을 삼고 정치 경제 등 여타 분야들이 긴밀히 협력해 온 결과임에 틀림없다.
어떤 이유로 차별받지 않고 흥미와 관심에 따라 대학까지 무상으로 교육받을 수 있게 하는 평등주의, 이른바 인재들을 뽑아 집중 지원하는 엘리트주의가 아니라 낙오자 없이 교육목표를 달성하게 하려는 보편주의, 최소화된 임금 격차와 일자리 보장 및 정교한 복지 시스템 등이 선(善)순환하고 있는 것이다. 한 때 경쟁 논리를 강조한 세계은행 등의 권고를 물리치고, ‘교육의 논리에 따른’ 개혁을 일관되게 추진한 것도 핵심 요인이었다.
지난해 말 핀란드 교육청 관계자를 만나, 교육에 경쟁의 논리를 도입해야 한다는 논란이 없었는지 물었다. 관계자는 핀란드에서도 경쟁 논리 도입 논란이 있었는데 PISA연구 결과가 나온 뒤에 없어졌다고 답했다. 자신들도 놀란 이른바 ‘핀란드 모델’의 진가를 확인하면서 교육에 대한 국민의 공감대가 확립된 것이다.
‘핀란드 모델’을 작동시키는 것은, 개인(가족) 중심의 이기심과 탐욕을 원동력으로 하는 ‘모두를 향한 경쟁’이 아니라, 공존과 협력ㆍ흥미와 개성을 원동력으로 하는 ‘함께 가는 발달’이다. 또, 핀란드 교육의 원리는 선택을 앞세운 ‘시장의 원리’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을 최우선 하는 ‘민주주의 원리’이다. 타율의 상징인 장학을 폐지하고 학교장·교사·학생·학부모의 민주적 협력과 사후 평가로 대체한 것도 그 때문이다.
지난 1월, 2008년 스위스 다보스 포럼의 주제는 ‘협력적인 혁신의 힘’이었다. 경쟁력을 가장 중시해 온 자본주의 리더들조차 협력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서 빌 게이츠는 가진 자들만의 자본주의가 아닌 ‘창조적 자본주의’를 역설했다. 세계는 이미 ‘경쟁의 신화’를 넘어 ‘협력과 공존’을 향한 모색을 시작하였다.
핀란드와 스웨덴과 유럽 사회가 ‘협력과 공존’ㆍ‘창의성과 다양성’을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는 이 때, 선다형 일제고사로 획일적인 교수-학습을 조장하고 24시간 학원 영업을 허용하면서 학생을 점수의 노예로 만드는 시대착오적이고 반인권적인 한국 교육을 생각하면 대한민국의 암울한 미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난마처럼 얽힌 교육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교육과학부 장관과 교육감들, 자치단체장과 교육위원 및 시의원, 교육단체와 학부모·시민단체 대표와 학생 대표, 교육전문가와 언론 등이 머리를 맞대고, ‘핀란드 모델’의 철학과 비전을 참조하면서 허심탄회하고 통 큰 사회적 대화를 시작하지 않으며 안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