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까지 나서 3불정책(본고사,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 금지) 고수론을 폈지만 한국교육개발원은 3불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으로 밝혀져 관심을 끌고 있다.”(동아일보 A14면)
“현 정부가 강력히 고수하고 있는 3불 정책을 기반으로 한 현행 입시체제의 문제점을 국책연구소가 비판했다는 점에서 큰 파문이 예상된다.”(조선일보 1면)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교육개발원(원장 고형일, KEDI)의 연구보고서를 10일치에 보도한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의 기사 내용이 도마에 올랐다.
이들 신문이 주목한 것은 KEDI가 지난 해 12월 29일에 펴낸 ‘고교-대학 연계를 위한 대입정책 연구보고서’. 3불 정책 폐지 논조를 펴고 있는 <동아>와 <조선> 등은 이 논문이 ‘3불제’와 ‘2008 새 대입제도’를 정면 반박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처럼 보도했다.
참교육연구소 “자사 입맛 따라 재편집”
하지만 이들 신문의 보도내용은 상당 부분 자사의 입맛에 맞게 재편집된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을 입수해 참교육연구소(소장 이철호)와 함께 긴급 분석해본 결과다.
A4 용지 344쪽으로 되어 있는 이 논문에서 KEDI 연구진이 ‘3불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은 단 한 군데도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일부 신문의 보도 내용과 정반대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 논문은 결론 부분(235쪽)에서 “대학의 입학사정은 ‘가르친 자가 평가 한다’는 평가의 원칙에 따라서 고교 내신 성적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대학별 고사는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말하는 ‘대학별 고사’란 표현 또한 보통 쓰이는 본고사가 아닌 ‘면접과 논술 등 현재 대학별로 보는 현행 시험을 뜻 한다’는 게 KEDI의 설명이다.
권재원 참교육연구소 연구기획실장은 “이 보고서의 핵심은 대학교육은 고등학교 교육과 연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학이 고등학교 교육과 무관하게 자의적인 전형을 실시하는 것은 지양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라고 분석했다.
권 실장은 또 “일부 언론이 주목한 3불 정책 관련 나머지 내용은 저자의 주장이 아니라 단지 여론조사 결과일 뿐”이라면서 “그 설문내용도 대학별 고사의 필요성을 물어봤을 뿐인데 3불 폐지와 직접 연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치 <조선> 기사의 제목인 “교육개발원 ‘2008 대입’ 정면 비판”이란 글귀 또한 왜곡됐다는 게 KEDI의 반박 내용이다.
KEDI 홍보실 관계자는 “일부 신문과 방송이 연구보고서의 내용과 취지에 반하는 제목을 붙였다”면서 “이 보고서는 고교의 교육과정과 대학의 연계성을 높이는데 초점을 두고 있으므로 내신비중 강화를 통해 고교교육의 정상화를 추구하는 정부의 2008대입정책과 기본목표가 일치한다”고 말했다.
대표집필 강 실장 “본고사는 후진적인 정책, 기여입학제는 언급 가치도 없어”
이번 연구보고서를 대표 집필한 강영혜 KEDI 교육제도연구실장은 “본고사는 후진적인 정책이고 고교등급제는 개인별 평가라는 철학에서 어긋나며 기여입학제는 언급할 가치조차 없는 것”이라고 ‘3불정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일부 언론이 자신들이 쓰고 싶은 방향대로 보고서가 ‘3불 정책을 반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처럼 내용을 호도했다”는 설명이다.
강 실장은 2004년 10월 고려대, 연세대, 이화여대 등이 고교등급제를 실시한 사실이 드러나자 “일부 사립대학의 고교등급제는 (강남지역 학생을 뽑기 위한) 변형된 기여입학제”란 내용의 보고서(Position Paper)를 내놓기도 한 학자다.
KEDI는 10일 일부 신문과 방송의 보도 내용이 연구보고서를 왜곡한 사실이 명백하다고 판단, 정정 보도를 신청하고 해당 언론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언론중재위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